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음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며, 누구도 예외가 없지요. 하지만 이 죽음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요? 삶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려본 적이 있나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이 질문을 외면할 것입니다. 죽음은 불편하고 두려운 주제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죽음을 생각해보는 일은 오히려 삶을 더욱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죽음은 삶의 끝이지만, 그 끝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죽음에 관해 생각하는 일이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 될 수 있음을 오늘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죽음은 늘 곁에 있다
삶을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죽음을 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죽음은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해요. 죽음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오랜 병마로, 혹은 고요한 밤의 마지막 숨결로 다가올 수 있지요. 삶이 시작되는 순간, 죽음도 우리 삶의 일부로 자리하게 됩니다. 그 사실을 깨닫는 것은 삶을 더욱 소중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그것이 끝이라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본다면, 죽음이야말로 우리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강렬하게 깨닫게 해주는 사건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내일이 보장되지 않기에, 우리는 이 순간을 감사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죽음은 삶의 마침표가 아니라, 현재를 더 빛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현대인의 모순
죽음은 누구에게나 닥쳐올 현실이지만, 현대인들은 죽음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없이 살아갑니다. 우리는 마치 죽지 않을 사람처럼, 몸이 영원히 유지될 것처럼 생각하며 죽음의 가능성을 애써 외면하지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우리는 때때로 의사를 피하고 몸의 한계를 부정하며, 마치 그 운명을 피할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러나 죽음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우리는 오히려 극단적인 의료 조치를 요구하며, 죽음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끝까지 저항하려 합니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는 "죽음 이후에 무엇인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지요. 만약 죽음 뒤에 절대자 앞에서 심판을 받아야 한다면, 지금처럼 살아가는 것이 옳을까? 이런 물음은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리게 됩니다.
그날 할아버지가 주신 지갑
내가 죽음에 대해 처음으로 깊이 생각해본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내게 지갑을 주셨던 그날을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해요. 그 지갑 속에는 500원짜리 동전 하나, 100원짜리 하나, 그리고 50원짜리, 10원짜리 몇 개가 들어있었지요. 그것이 할아버지께서 가진 돈의 전부였습니다.
그날 새벽,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왜 그 지갑을 나에게 주시고 돌아가셨을까? 이미 모든 것을 준비하고 계셨던 걸까요? 그 순간은 지금도 내 마음 한구석을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내가 받은 그 동전들은 단지 돈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해요. 할아버지는 그 지갑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무언의 메시지를 주셨던 걸까요?
그 이후로 나는 돈이 단순히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어쩌면 죽음과 관련된 깊은 상징성을 지닌 존재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돈이란 것이 마치 우리 인생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될 무언가처럼 자리 잡게 되었지요. 그 지갑은 아직도 내 방 서랍 깊숙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때의 할아버지의 마음이 무엇이었는지, 아직도 궁금해집니다. 준비된 죽음이었을까요, 아니면 그저 삶의 마지막 인사를 전하려는 마음이었을까요?
죽음과 신앙: 장로님의 평온한 수용
한때 나 역시 교회를 다녔습니다. 그때 저는 독실한 장로이신 분의 남편이 갑작스러운 암으로 돌아가시는 경험을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랜 시간 함께한 배우자를 떠나보낸 후 깊은 슬픔에 빠지고, 우울감과 공허함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곤 하지요. 하지만 그 장로님은 장례식을 마친 한 주를 제외하고는 교회에 다시 나오셨고, 예전과 다름없이 목회 활동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분의 모습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없이 담담하게 그것을 받아들이는 신앙적 평온을 보여주었습니다. 제 주변의 다른 장로님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나이에 비해 건강하고, 조급해 보이지 않으며, 마치 죽음 이후에 대한 분명한 확신이 있는 것처럼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제 주관적인 인상일 뿐이지만, 그들의 모습은 죽음을 준비하는 태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고독한 죽음의 경고: 고립된 삶을 피하라
최근 몇 년간 '고독사'라는 단어가 점점 더 많이 들려옵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끊어진 채 홀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경고를 던집니다. 누군가가 마지막 순간을 외롭게 맞이한다는 것은 우리가 그 사람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누군가의 외로움과 고통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 채, 우리는 그들을 떠나보내고 말았지요.
고독사는 우리 사회에서 관계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일깨워줍니다. 우리는 혼자 살지만, 혼자 살아가는 존재는 아닙니다.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비로소 온전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이 고독하지 않기를, 함께하는 이들의 사랑 속에서 평안하게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주변 사람들에게 한마디 안부를 전해보는 작은 실천을 해볼 수 있습니다. 누구도 홀로 떠나지 않도록 말이에요.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죽음 이후에도 남는 것들
죽음은 떠나간 사람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죽음은 남겨진 이들에게도 커다란 흔적을 남깁니다. 한 사람의 죽음은 가족과 친구들, 그를 사랑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깊은 상처를 남기지요. 그리고 그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서도 오래도록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상처는 또한 추억이 되기도 합니다. 나는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더욱 그분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그분의 삶과, 내게 주신 마지막 지갑이 주는 의미를 곱씹으며, 그 순간을 기억하게 됩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통해 그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그가 우리에게 남긴 사랑과 가르침을 기억하게 됩니다. 죽음이 남긴 기억은 곧 사랑의 또 다른 형태일 수 있습니다. 비록 그들이 더 이상 우리 곁에 있지 않더라도, 그들의 사랑은 여전히 우리 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지요.
죽음을 준비하는 법: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죽음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 준비는 단순히 유언장을 작성하거나 장례식을 계획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내고, 그것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키우는 것이지요.
삶을 사랑하는 만큼, 그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우리는 준비해야 합니다. 두려움에 떨기보다는,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마지막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할아버지가 나에게 지갑을 주셨던 그날, 나는 어쩌면 그분이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평화롭게 준비하고 계셨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그 죽음의 순간은 담담했고, 그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죽음을 바라보며, 삶을 돌아보다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삶의 소중함을 더 잘 느끼게 됩니다. 죽음은 결국 우리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죽음이 없었다면, 아마 우리는 매일의 삶을 그저 흘려보냈을 것입니다. 죽음이 있기에, 우리는 사랑하는 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진실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지요. 그래서 죽음은 결국 우리에게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우리는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겠지만, 그때까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 생각해봅시다. 누구도 홀로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오늘도 서로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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